[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말부터 미국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하나둘씩 서비스 상용화에 나선 가운데 현대차는 ‘속도 경쟁’ 대신 ‘안전과 수익성’을 앞세운 운영 전략으로 신흥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올해 초부터 시범 운행을 통해 시승 품질과 고객 경험을 검증하고, 연말에는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모셔널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테크니컬 센터를 공개한 데 이어 최초로 언론을 대상으로 시범 주행 행사까지 열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서비스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모셔널의 로보택시가 취재진을 태우고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모셔널은 상시 열리는 대형 이벤트와 관광객 유입으로 교통 밀도가 높고, 호텔과 카지노 중심의 복잡한 승하차 환경이 반복되는 도시 특성상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고도화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첫 로보택시 상용화 도시로 라스베이거스를 낙점했다. 모셔널은 앞서 2018년부터 로스앤젤레스, 피츠버그, 싱가포르 등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모셔널 최고경영자(CEO) 로라 메이저 사장은 “라스베이거스는 관광·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해 차량 호출 수요가 매우 높은 도시”라며 “다양한 교통 변수가 공존해 여기서 검증된 기술은 다른 도시로의 확장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모셔널 최고경영자(CEO) 로라 메이저 사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서 무인 로보택시에 관해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서비스는 우버 등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운영 시나리오를 안정적으로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모셔널은 ‘안전’ 중심 철학을 강조했다. 메이저 사장은 “단 한 건의 과실 사고도 없이 200만마일(320만㎞) 이상의 자율주행 거리를 달성했다”며 “운전자 없는 차량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인 주행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셔널은 머신러닝 기반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전환을 포함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도 공개했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이 인지·판단·제어를 각각 분리해 처리했다면, 모셔널은 인공지능(AI)이 주행 전반의 의사결정을 통합적으로 학습·출력하는 구조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모셔널은 기존 규칙 기반 ‘룰 베이스’를 안전 가드레일로 유지한 채 AI 학습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레벨4 자율주행에 필요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확장성과 업데이트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모셔널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거대 주행 모델(LDM)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센서 구성에서는 일부 경쟁사가 택한 ‘카메라 기반 비전 온리’ 방식을 배제했다. 메이저 사장은 “완전 무인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이라며 “야간 강한 조명이나 악천후 환경에서는 라이다와 레이더를 포함한 멀티모달 센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모셔널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 ‘아이오닉 5’ 기반 모셔널 로보택시가 주차돼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화 실증의 중심에는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가 있다. 약 3400평 규모의 이 시설은 로보택시 운영을 위한 연구개발(R&D) 설비와 정비 공간, 관제 센터, 충전 인프라 등을 갖춘 복합 테스트베드다. 특히, 대형 운영 차고와 관제 시스템을 통해 다수 차량을 플릿 단위로 관리하며, 센서 캘리브레이션과 소프트웨어 검증, 데이터 분석까지 상용화에 필요한 전 과정을 수행한다.
무인 로보택시 사업으로 얻어진 노하우는 차후 현대차 제조에도 투입된다. 레벨4 자율주행 운영 노하우를 현대차그룹 내 포티투닷, 현대차 첨단차플랫폼본부(AVP)와 공유하며 그룹 차원의 자율주행 기술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은 “양산차 자율주행은 운전자 보조 중심이지만, 레벨4 로보택시는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이라며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기술이 성숙하면 궁극적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수(왼쪽부터) 현대차·기아 GSO본부장, 로라 메이저 모셔널 사장,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남은 과제는 ‘수익성’이다. 현대차그룹이 현재까지 모셔널에 투입한 투자 규모는 약 34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한다. 메이저 사장 역시 “현재 로보택시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레벨4 자율주행을 안전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해 실제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은 아직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모셔널은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 경험과 함께 수익성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셔널이 현대차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는 점은 수익성 창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흥수 현대차·기아 글로벌 전략조직(GSO) 본부장은 “모셔널은 완성차 제조사 현대차그룹과 전장업체 앱티브를 동시에 모회사로 둔 점이 강점”이라며 “차량 설계 단계부터 제조·공급망 전반에서 비용을 낮추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무인 택시 사업의 국내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본부장은 “올해 말 라스베이거스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축적된 기술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 전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584115?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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