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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젯텍 '베샤드' 대표, "양자머신러닝의 핵심은 학습이 아니라 '압축과 해석'에 있다"
등록일: 2025-07-15 09:05:11
작성자: 관리자

안젯텍 르노 베샤드 대표 (사진:본지)


안젯텍 르노 베샤드 대표 (사진:본지)
양자 기술이 산업의 중심 언저리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에서 작동하느냐"는 질문이다.

안젯텍(Enzytech)의 르노 미셸 베샤드(Renaud Michel Bechade) 대표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이다. 퀀트 트레이더 출신인 그는 현재 서울에 소규모 팀을 두고 양자머신러닝(QML)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의료와 금융, 두 산업을 잇는 그의 탐색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기술의 유효성을 현실에서 증명하려는 집요함만큼은 분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베샤드 대표는 단순히 미래를 위한 기술을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작동 가능한 모델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현실적인 제약, 제한된 자원, 낮은 큐빗 수라는 조건 속에서 QML은 그나마 실용적인 영역이었다. "완전한 양자컴퓨터를 기다리는 대신, 지금 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안젯텍의 기술 전략 전반에 깔려 있다.

그는 한국이라는 공간도 주목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정부 차원의 기술지원 제도도 일정 수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샤드 대표는 "한국은 중간 규모의 실험이 가능한 환경입니다.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죠"라고 말했다. 특히 병원과 연구기관의 협업 가능성, 공공 데이터 접근성 등은 소규모 기술 실험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프랑스나 미국에 비해, 한국은 기술에 대한 초기 반응이 빠르면서도 현장 중심의 접근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작은 결과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새로운 협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QML의 조기 실증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서울의 특정 병원, 금융기관 등과 비공식적 논의를 이어가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양자머신러닝은 아직 본격적으로 쓰이고 있진 않지만, 작은 시도가 산업적 신호로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말처럼, 안젯텍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는 이유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작고 빠른 순환이 가능한 '실험 친화적 환경'에 있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점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죠." 머신러닝 포럼에서 만난 박사후연구원을 통해 양자계산을 접하게 됐고, 이는 어느새 독립된 프로젝트가 되었다. 당시엔 단순히 알고리즘을 논의하고 실험하는 수준이었지만, 베샤드 대표는 그 과정에서 '연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 경험은 그의 커리어 전반에 걸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의 경력은 약 20년간의 퀀트 경력으로 요약된다. 프랑스와 홍콩, 미국 등 다양한 금융 시장에서 활동하며 그는 단순한 수익 창출보다도 데이터와 모델의 한계를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다. 특히 2007년과 2009년의 금융 위기를 겪으며, 수치 모델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구조적 불확실성에 대한 회의가 생겼고, 그 대안으로 머신러닝과 양자 알고리즘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딥러닝도 막 뜨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기술이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복잡한 문제에 단순한 도구를 반복 적용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근본적으로 다른 연산 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것이 바로 양자 알고리즘에 대한 탐색의 시작이었다. 그는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는 감각을 체득했다.

'안젯텍(Anzaetek)'의 유래에 대해서는, 독일어 기술 용어에서 유래한 'Anszatz'라는 단어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물리학과 수학에서 '문제를 풀기 위한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나 구조'를 의미하며, 양자 알고리즘에서도 파라미터 회로를 구성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는 이 이름에 자신들의 기술 전략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고 반복 가능한 구조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안젯텍이 처음 의도했던 방향은 양자 기반의 수치 계산이었다. 초기에는 양자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의 수치 해석 문제나 금융 리스크 분석을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환경에서는 양자 하드웨어의 제약, 특히 큐빗 수의 한계와 연산 신뢰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적은 큐빗으로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QML(Quantum Machine Learning)로 이어졌다.

베샤드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실용적인 접근은 QML"이라며, "적은 매개변수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완전한 양자 하드웨어를 기다리는 건 현실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지금 쓸 수 있는 자원으로도 산업적 유의미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판단은 단순한 기술 선택이 아니라, 시장 진입 가능성과 실증 결과 확보라는 전략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안젯텍은 의료 분야에서 희귀질환 데이터를 활용한 모델 개발과 금융 분야의 신용위험 분석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 쪽에서는 병원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적은 수의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패턴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희귀질환의 경우 기존 인공지능(AI) 모델로는 충분한 학습이 어려운데, 베샤드 대표는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QML이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중소기업 혹은 비표준 대출군의 신용위험 분석이 주요 과제다. 데이터 수 자체는 적지만 변수가 많은 금융군에 대해, 양자 기반 모델이 새로운 형태의 패턴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플랫폼이 바로 '퀀텀 익스플로러(Quantum Explorer)'와 '스케치(Sketch)'다. 퀀텀 익스플로러는 이미지·표 형식 데이터 기반의 QML 데모 플랫폼으로, 다양한 데이터셋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베샤드 대표는 "양자머신러닝의 핵심은 학습이 아니라 '압축과 해석'에 있다"며, "정보를 양자 상태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시 의미 있게 꺼내는 과정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스케치는 이러한 구조를 산업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용 버전이다. 향후 기업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의료 영상 데이터 처리, 신용 평가 예측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다. 그는 "올해 안으로 이미지넷 수준의 이미지를 양자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는 실험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실제 하드웨어 상에서도 일부 연산을 검증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젯텍의 개발은 실험용 양자컴퓨터가 아닌 에뮬레이터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비용과 반복 테스트의 제약 때문이다. 실제 양자컴퓨터는 1초 단위로 과금되기 때문에 대규모 반복 실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QML의 경우 수많은 파라미터 조정과 반복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하드웨어로는 현실적인 실험이 어렵다.

베샤드 대표는 "현실적으로 에뮬레이터 없이 양자머신러닝을 실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뮬레이터는 단순한 대체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실제 양자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필수적인 연구 플랫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안젯텍은 다양한 양자 시뮬레이션 도구와 자체 코드 최적화를 병행하고 있으며, 에뮬레이터 상에서 얻은 결과를 실제 양자 하드웨어로 전환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하드웨어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이지만, 지금은 그 준비를 위한 시기"라며, "적은 자원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자로서의 고민도 크다. 베샤드 대표는 "작은 회사에선 모두가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개발자도 때론 마케팅을 하고, 대표인 나도 행정 업무를 직접 챙긴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하루의 절반을 기술 문서 정리나 계약서 검토 같은 비개발 업무에 쓰는 자신을 발견한다고도 했다. "기술을 다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험이 돌아가기 위해선 세금 납부부터 회계 처리, 각종 양식 작성까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이상적인 인재상에 대해 묻자, 그는 "고성능보다 고신뢰의 사람"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뛰어난 기술력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와 자발적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작은 조직일수록 자율성과 복합 역할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은 코드 짜고, 내일은 부스에서 발표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유연성을 감당할 수 있는 동료를 찾기란 쉽지 않죠."

그는 팀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경험함으로써 기술 외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은 단순한 경력의 한 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총합적 역량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그걸 이해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습니다."

기술 전망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분석이 이어졌다. 그는 양자기술이 산업 전면에 등장하기까지 가장 큰 걸림돌로 '투자 공백'을 꼽았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즈 A 이전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거의 없어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도 큰 틀에선 좋지만, 실제 필요한 클라우드 사용료나 테스트 장비 비용 등은 커버되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실은 안젯텍이 R&D 전략을 보수적으로 설계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 단계에서 의료나 금융의 희귀 데이터처럼 '적은 데이터로 높은 의미를 뽑아내는' 분야가 양자기술의 초기 접점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의료 진단 보조나 신용 리스크 모델링처럼 고도로 정제된 소량의 데이터로도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QML이 기존 머신러닝보다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고성능 양자컴퓨터가 필요한 범용 AI나 대용량 연산은 아직 먼 이야기다. 그는 "현재 기술로는 대규모 이미지 생성이나 자연어처리 같은 영역을 다루기에는 물리적 제약이 너무 크다"며, "현실적으로는 큐빗 수 증가보다도 먼저,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메모리 부족, 데이터 복제 불가 등의 구조적 한계 역시 기술 확장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양자 시스템은 고전 컴퓨팅처럼 RAM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학습 데이터의 반복 활용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QRAM 같은 구조적 돌파구가 필요하고, 그 전까지는 QML도 특정한 조건 내에서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낙관적이다. AI 기술의 발전 역시 유사한 궤적을 따라왔기 때문이다. "2012년 이미지넷이 나오기 전까지, 딥러닝은 아무 쓸모없는 장난감에 불과했어요. 어느 순간 전환점이 찾아오는 거죠."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기술은 일정 시점까지는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다가도, 단 하나의 상징적인 성과가 전체 산업의 인식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QML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정 영역에서 고전 알고리즘을 뛰어넘는 성능을 입증하는 사례 하나만 있어도, 산업과 투자자의 시선은 급격히 움직일 수 있다. "산업은 성능을 따라갑니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순간, 필요한 자금과 파트너는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한 기반입니다."

그는 이어 "기술이란 건 결국 반복의 싸움입니다. 우리가 지금 에뮬레이터로 실험하는 것도, 다가올 그 순간을 위한 연습일 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베샤드 대표의 낙관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역사적 흐름에서 반복된 기술의 전환점을 향한 확신에 가깝다.

그는 특히 양자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의 빈틈'을 강하게 지적했다. "과거 AMD는 하드웨어 성능이 나쁘지 않았지만,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부족해 결국 NVIDIA에 밀렸습니다. 양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요. 지금은 하드웨어 쪽 투자는 활발하지만, 정작 그걸 돌릴 소프트웨어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처럼 하드웨어만 앞선 상태에서 의미 있는 유틸리티는 나올 수 없다고 말하며, 양자 알고리즘과 툴체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선 결국 유용해야 합니다. 그게 의료든, 금융이든, 현실에서 쓸 수 있어야 하죠."

르노 베샤드 대표의 실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젯텍이 만들어가는 이 작은 실험은, 기술과 현실을 잇는 조용한 접점이 되고 있다.

원문보기 : https://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3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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