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 몰두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 IBM과 구글 등이 막강한 자본을 업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반도체의 저력을 믿고 힘을 낸다. 선봉에 선 심재윤 포항공과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를 만나 '알못(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 중첩, 양자 얽힘과 및 양자 역학을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고전 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특정 영역의 문제를 3~4분 만에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지난해 10월 국가 양자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4월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등 양자과학기술 및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심 교수는 "동굴에 들어간 사람이 유일한 탈출구를 찾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수없이 많은 갈림길을 만난다. 답은 하나인 상황에서 갈림길을 선택하면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온다. 이 경우 한 사람의 육상 선수가 빠르게 달려 하나씩 확인하며 탈출구를 찾는 것이 기존의 '슈퍼컴퓨터'라면 갈림길이 나오면 홍길동처럼 '분신'을 만드는 것이 '양자컴퓨터'이다. 분신을 사용해 여러가지 경우를 동시에 시도하면서도(중첩), 그 분신들과 생각이 연결되어 있으므로(얽힘) 결국 탈출구를 더 빨리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양자컴퓨터"라고 설명했다.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거쳐 현재 교수로 재임 중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전공으로 삼성전자에서 D램 개발 실무를 담당했다. 반도체 집적회로란 더 많은 기능을 더 적은 전력소모로 더 빨리 수행하는 시스템을 더 작게 실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극히 결과 지향적인 공학 분야다. 그동안 집적회로 분야의 연구 성과로 2019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확장형 양자컴퓨터'를 주제로 공학분야 국내 대표 기초사업인 '선도연구센터' 책임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앞서 퀀텀코리아 취재에서 IBM의 제품을 보고 온 기억이 있다. K-양자컴퓨터도 탄생할 수 있을까. 그는 "양자컴퓨터의 개발은 순수 과학 측면에서 이미 기초의 단계를 넘어섰지만 응용과학인 공학 측면에서 이제 시작된 기초의 단계이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산업화를 대비하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은 많이 늦어진 상태로 일단 어느 수준까지는 빨리 따라가겠다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의 정출연 연구소들에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등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런 노력으로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것이라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언젠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아직까지는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이 조금씩 우리 실생활에 점점 더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일상 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행인 건 K-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 한국이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술을 활용하면 해당 방식의 기술이 요구되는 양자컴퓨터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단기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대규모의 양자컴퓨터의 개발을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여전히 기초단계에 있지만, 다행인 건 예전에 비해 양자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정진하고 있는 전 세계 연구자들의 역량을 믿고 있으며, 나 또한 동일한 목표를 갖는 연구자로써 내 연구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연구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양자컴퓨터를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양자컴퓨터란 양자 중첩, 양자 얽힘을 이용하는 컴퓨터이다. 앞서 말한 '분신'의 경우 두 개를 동시에 본다(중첩)는 뜻도 있지만 생각이 연결된다는 뜻(얽힘)을 포함한다. 많은 인류의 난제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확인하여 답을 찾는 문제이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문제를 풀어내는데 적합하다.
▲어떤 기술에 활용되는지, 향후 창출될 시장이 궁금하다.
대표적으로 신약 개발, 신소재 개발, 물류의 이동경로 최적화, 암호 해독, 기후 예측, 자율 주행, 기계 학습 등이 이러한 문제들에 해당하여 원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이것들이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양자컴퓨터가 있음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실증 사례는 미미하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2020년부터 국내 최초 양자컴퓨팅 구축을 추진했고, 그 중심에 있었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늦었기 때문에 일단 빨리 실물을 만들어 보자는 데에 집중 지원이 되고 있다. 국내 저변이 열악한 상태에서도 어느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저변 확대를 위한 기초연구까지 포함한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는 기업 주도의 목표 지향적 투자가 아닌 정부 주도의 기초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완성도에서도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출한 성과가 있다면?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냉동기 내부에서 개별적으로 제어해야 하는 양자 비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핵심은 이러한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공학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극저온 냉동장치 내부에 장착되어 양자 비트들을 대화형으로 근접 제어하는 CMOS 칩셋을 개발하였다. 주요 빅테크 기업과 대등한 수준으로 보며 저전력 소모, 저잡음 신호생성, 초정밀 제어, 초소형 크기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 전망은 어떤가. 한국이 글로벌 양자컴퓨터 시장에서 어떤 위치인지, 더 나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양자컴퓨터 분야의 사업화 모델은 세가지가 있다. 첫째, 양자컴퓨터를 구성하는 고가의 소재, 부품, 장비를 개발자들에게 공급하는 기업, 둘째, 이러한 부품들로 양자컴퓨터 자체를 개발하는 기업, 셋째, 개발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여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국내에서는 이 세가지 모두 시작 단계이지만, 그 중 특히 첫번째에 해당하는 고가의 핵심 소재, 부품, 장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 기술은 국가 경쟁력에 해당하며 기초 체력과 저변을 키우기 위해서 이러한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야 한다.
▲연구자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하다.
연구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그만큼 실패의 가능성이 많다. 또한, 누구나 자기 연구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이지 못함으로써 인해 잘 못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공학 연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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