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WISET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 사회에 진심을 담아 전달되길 기대한다. 서른 번째는 공수현 고려대 교수다.
지난해는 공수현 고려대 교수(물리학과)에게 특별했다. 왜냐하면 한국물리학회 선정 ‘신진물리학자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학계의 뜨거운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젊은 물리학자이다.
최근 공 교수 연구팀은 초박막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한 초소형 광변조기를 개발했다. 광변조기는 광인터커넥트의 핵심 부품이다. 연구팀은 기존 크기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소형 광변조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광집적회로 집적화, 열 발생을 최소화한 광컴퓨터 개발, 나아가 2차원 반도체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공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하는 ‘여고생 물리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지금은 제가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 부실무이사로서 여고생 물리캠프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학생 때 참여한 캠프를 교수가 돼 준비하는 것도 즐겁고, 캠프에서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감사하다.”
독립적인 연구 위해 교수직 결심
공 교수는 물리 교사가 되려고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교생 실습을 하면서 교사가 적성에 안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한 친구가 대학원에 진학하자 함께 가게 됐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광학을 연구하면서 물리에 좀 더 흥미를 느꼈다. “그런데 물리현상을 연구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하려면 독립적인 연구자가 돼야겠구나 싶어서 교수직를 결심하게 됐다.”
제일 배우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다 보니 네덜란드에 있는 연구소로 박사 후 과정을 갔다. “그곳에서 연구 면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특히 유럽인들이 삶의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연구에 매진하는 문화를 배우고 온 것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공 교수는 “한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는 밤 10시 이후 퇴근이 당연했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다들 5∼6시에 칼퇴근을 하면서 연구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문화충격이었다”라며 “다시 바쁜 한국 사회에 돌아왔지만 지금도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성 물리학자나 교수는 많지 않다. 외롭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생활에서 제가 소수 젠더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식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공 교수는 “대학생 때부터 계속 여성이 소수인 사회에서 지내면서 익숙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가끔 여성 물리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확실히 공감이 많이 되고 편하긴 하지만,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경험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신진 과학자로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계속해서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따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빨리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잘 만났고 랩의 구성원들이 열심히 따라와 주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공 교수는 “강점은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생각이 단순한 편이라는 점”이라며 “과도하게 기대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니, 실패를 경험할 때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아흔아홉 번 실패하고 한 번 성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도적 역할하는 여성 느는 건 시간문제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관의 장이나 눈에 띄는 자리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다. 공 교수는 “기관의 장이나 보직을 맡는 분들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지만 주변에 뛰어난 여성 교수님, 박사님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실감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주도적·선도적 역할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당부했다.
공 교수는 미래의 꿈나무 여성과학자에게 “과학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평생 새로운 것을 탐구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 가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이다.” 공 교수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마치 추리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라며 “문제의 해답만 찾기보다 과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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